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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이의 시선/해외 드라마

[중드] 치아문단순적소미호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리뷰 #1

by 평범쓰 2018. 4. 30.


# 치아문단순적소미호 (致我们单纯的小美好)


#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 우리의 단순한 아름다움을 위하여


# A Love So Beautiful





치아문단순적소미호 (2017)

호일천 (쟝천 역), 심월 (천샤오시 역), 왕재미 (린징샤오 역), 손녕 (루양 역), 고지정 (우보송 역) 주연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중국드라마를 접하기 시작한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일드나 미드와 달리 중국 드라마는 아직까지 친숙한 드라마는 아니다. 그래서인지, 중국 드라마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연출 실력이라던지, 스토리가 상대적으로 비교해도 한국 정도 수준을 따라오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었다. 당장 '별에서 온 그대'를 위시한 한드가 중국 대륙을 휩쓸고 왜 중국에서는 그런 드라마를 만들지 못하느냐는 자조의 소리를 하던 것이 불과 5년전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처음 중드를 다시보게 된 것이 1년 전 쯤 인기를 끌었던 '미미일소흔경성'이었다. 뛰어난 영상미와 개성있는 캐릭터는 처음 봤을때 상당히 놀라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30부작 드라마를 끝까지 볼 수 있는 매력이 되지 못했기에 중도에 포기했던 기억이있다. 하지만 '치아문단순적소미호'는 단순히 영상미같은 겉포장을 뛰어 넘는 여운있는 '감성'을 지닌 드라마였다.  





 "아름다웠던 우리에게" 

 


중국 드라마는 특유의 한문 제목 때문에 첫눈에 어떤 드라마 인지 느낌이 잘 오지 않는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는 한글로 직역하면 '우리들의 단순한 아름다움을 위하여'이다. 이것은 극중에서 여주인공인 천샤오시가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소재로 그린 만화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에서는 이것을 의역해서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라고 번역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이 제목이 훨씬 마음에 와닿았다. 이런 제목이 상징하는 것은 주인공들의 아름다웠던 학창시절의 시간에 대한 헌정이었다. 특별할 것은 없었지만 아름다웠고, 때로는 가슴아팠지만 웃을 일도 많았던 쟝천과 천샤오시의 사랑, 그리고 5명의 친구들의 이야기는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아름다운 학창시절, 청춘의 이야기였다. 




"조금은 촌스러울지라도, 그래서 더 특별했던 그들의 이야기"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는 영상미 같은 포장면에서는 상당히 세련됐지만, 내용 면에서 트랜디한 이야기는 아니였다. 정말 어떻게 보면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이들의 학창시절은 심지어는 한국 사람이 이해하기도 어렵지 않을 정도로 현실적이었으며, 고교 생활과 함께한 선생님의 잔소리에서는 익숙함마저도 느껴진다. 쟝천과 천샤오시가 서로를 좋아하게된 것에도 구태여 특별한 계기나 운명을 부여하려고 하지 않았다. 끝까지 그들의 사랑은 그 자체로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시작되었고, 자연스럽게 완성된 '시나브로' 같은 것이었다.


두 명의 로맨스를 그리는 연출적인 면에 있어서도, 특별히 극적인 연출을 추구하지 않는다. 처음 드라마를 봤을 때는 뛰어난 영상미와 추억을 자극하는 완성도 높은 미쟝센에 가려서 특별히 연출이 적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곱씹으면서 드라마를 보니 '드라마스러운' 연출이 그다지 없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수 있었다. 소위 '대사빨'이라고 불리는 화려한 멘트도, 멋드러지게 구성한 키스씬도 없었다.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는 단지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나오는 소소한 포인트들을 조명할 뿐이었다. 자고 있는 모습을 본다던지, 건강 검진을 받던 중에 마주보는 장면들은 특별함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정도로 소박한 그림이었다. 이런 특유의 감성은 화려한 맛으로 승부하기 보다는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로 승부를 보는 것 같았다. 연출은 담백하게 우려낸 국물에 더하는 소금 간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이처럼 평범한 스토리와 정직한 연출이 만들어내는 이 드라마의 감성은, 조금은 촌스럽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이었다. 순간에 확 끌리는 맛은 없었을지 몰라도, 주위 친구들의 이야기를 보는듯 '공감'할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생동감 있는 캐릭터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한 명 한 명의 친구들 같았다. 그래서인지 드라마 한 편을 다 보고 난 후에는 마치 친한 친구와 헤어진 듯한 시원섭섭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듯 아름다운 우리에게는 '특별함'에 익숙해진 드라마들과는 다른, '담백한 공감'이라는 촌스러움으로 우리의 감성을 자극했다.  



덧붙여 등장인물을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도 개성은 있었지만, 과함은 없었다. 


가령 장천의 어머니는 장천을 칭화대에 보내려고하는 극성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지만 일정 선을 넘지 않은채 끝났다. 마찬가지로 우보송의 아버지도 처음에는 우보송을 수영만을 위해 키워낸 극단적인 부모처럼 묘사했지만 그가 자신을 뒤돌아 보는데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이 또한 보통 이런 상황에서 머리띠 둘러매고 몸져 누워가며 자식을 몰아부치는 상황이 익숙한 여타 드라마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극적인 '특별함'에 익숙해져 있어 눈치채지 못했지만, 생각해보면 이 정도의 이야기가 더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오바스럽고, 극적인 상황이 만들어내는 조금 더 재미있는 장면이 적었던 것에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이 드라마의 담백함을 되돌아 보곤한다. 이렇게 우리 주변의 이야기 같은 평범함 때문에 나는 '아름다웠던 우리에게'의 이야기에 더욱 여운이 남았다.



여러모로 드라마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드라마가 있었다. 바로 한국의 '응답하라 시리즈'였다. 


개인적으로 응답하라 시리즈, 특히 응답하라 1988을 굉장히 인상깊게 보았다. 한창 드라마가 방영되던 시기에는 러브라인에 관심이 집중되었던 기억이 있지만, 응팔이 인상적이었던 진짜 이유는 바로 '촌스러움'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응팔의 배경이 되는 시기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던 나이였다. 그럼에도 응팔은 보면서 수도 없이 '공감'을 하였다. 그러한 공감은 확실히 경험에서 나오는 그것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를 보면서 느꼈던 '공감'도 마찬가지 였다. 중국 사람들의 문화를 알지도 못하며, 그들의 삶도, 그들의 '사랑'도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들의 일상에, 슬픔에, 그리고 사랑에 공감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시대를 살지 않았기에, 동성동본이 왜 그들을 가슴아프게 하는지 겹사돈이 어째서 엄마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일인지 머리로는 미처 이해 할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고향을 떠나 베이징으로 향하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그것이 어째서 사랑의 장애물이 되야하는지도 머리로는 공감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도, 그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왔던 것은 바로 캐릭터의 힘이었다.


응답하라와 치아문단적소미호가 비슷하게 느껴졌던 것은 특유의 아날로그틱한 감성과 더불어 캐릭터의 구성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잘 만든 캐릭터는 어느 순간 창작자의 손을 떠나서도 스스로의 생명력을 가지고 살아 움직인다는 말들을 하곤한다. 치아문단적소미호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그만큼 다들 매력이 있었고, 인물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공감은 나아가 드라마를 공감하게 만들어 주었다.



"드라마가 주는 가치는 '일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인물들의 삶을, 그리고 그들의 일상을 조망한다는 점에서 더 마음에 박히는 부분이 있다. '치아문단순적소미호'는 그런 면에서 참 괜찮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편마다의 이야기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드라마를 다 보았을 때야 말로 이 드라마의 진정한 가치를 더 잘 느껴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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